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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년 전의 '달나라 박쥐인간' 가짜 뉴스가 AI 시대에 우리에게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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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마트폰으로 접한 뉴스 중 몇 퍼센트를 진실이라고 믿으시나요?

이런 질문을 던지면 “나는 가짜 뉴스에는 속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190여 년 전 뉴욕 전체를 뒤흔든 가짜 뉴스 사건, ‘그레이트 문 사기’(The Great Moon Hoax)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 생각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권위 있는 이름을 도용해 대중을 속이는 방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그 위력은 몇 배나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사건과, 텍스트, 이미지, 영상 워터마킹, C2PA 콘텐츠 출처 인증 같은 기술이 이 오래된 문제에 지금 어떤 답을 내놓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835년, 뉴욕을 뒤흔든 ‘달나라 박쥐인간’ 사건

1835년 8월, 미국 일간지 ‘더 선’(The Sun)에 세상을 뒤집어놓은 기사가 연재되기 시작했습니다.1 당시 영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였던 존 허셜 경이 남아프리카에 초대형 망원경을 설치해 달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가 묘사한 달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 달의 생태계: 현무암 산맥과 붉은 꽃이 만발한 들판이 존재한다.
  • 기이한 동물들: 외뿔 염소와 불을 피울 줄 아는 직립보행 비버가 산다.
  • 최고의 발견: 날개로 하늘을 날며 도시를 건설한 ‘인간 박쥐’(Vespertilio-homo) 종족이 있다.

1835년 ’더 선’에 실린 삽화. 붉은 협곡과 폭포로 둘러싸인 달 표면의 원형 극장 모습이 그려져 있다. ‘더 선’ 1835년 8월 28일자 기사에 실린 달 표면 삽화. 협곡과 폭포로 둘러싸인 ’루비 원형극장’을 묘사했다.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퍼블릭 도메인)2

당시를 지켜본 작가 에드거 앨런 포가 “열 명 중 이 기사를 믿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적을 정도로, 뉴욕 전체가 이 기사를 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예일 대학의 학자들이 원본 관측 기록을 직접 확인하겠다며 신문사를 찾아왔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일부 침례교 목사들은 달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할 방법이 있는지 진지하게 문의했습니다.3

하지만 이는 ’더 선’의 기자 리처드 아담스 로크가 부수 확장을 위해 꾸며낸 조작 기사였습니다. 실존하는 천문학자의 이름과 권위 있는 학술지의 형식을 빌려 대중의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가짜 뉴스로 꼽힙니다.

190년이 지난 지금, 기만의 정교함도 커졌다

1835년의 사기극은 신문사의 고백과 대중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생성형 AI와 SNS가 일상이 된 지금이라고 가짜 뉴스에 더 안전해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황은 더 위험한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과거의 가짜 뉴스가 활자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거짓’이 이미지와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의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1835년의 로크는 존 허셜 경이라는 실존 천문학자의 이름을 빌려 조작 기사에 권위를 입혔습니다. 지금은 딥페이크(Deepfake)와 생성형 AI가 결합하면서, 실제 정치인이나 유명인이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과 목소리를 몇 초 만에 직접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로크가 글로 꾸며냈던 ’권위 있어 보이는 가짜’는, 이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도 진위를 판단하기 어려운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로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1835년의 독자에게는 로크가 존 허셜 경의 이름을 빌려 지어낸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그나마 신문이 인쇄되고 마차로 배달되어야 퍼질 수 있었던 덕분에, 사기극이 들통나기 전까지 퍼지는 범위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타고 몇 분 만에 수백만 명의 화면으로 퍼져나가, 그 한계마저 사라졌습니다. 이 검증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가, 최근 몇 년 사이 기술 업계에서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출처를 증명하는 기술: 워터마킹과 C2PA

워터마킹은 AI가 만든 콘텐츠 안에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표식을 심어, 나중에 그 출처를 기술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성 각각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 텍스트: Anthropic은 Claude가 생성한 텍스트와 파일에 워터마크를 적용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4
  • 이미지, 영상, 음성: Google DeepMind의 ‘신스ID’(SynthID)는 이미지, 영상, 음성, 텍스트에 걸쳐 워터마크를 심습니다. 자르기, 필터, 압축 같은 일반적인 편집을 거쳐도 표식이 남도록 설계됐으며, 2026년 5월 기준으로 100억 건이 넘는 콘텐츠에 적용됐습니다.5

워터마킹이 콘텐츠 안에 표식을 심는 방식이라면, C2PA(Coalition for Content Provenance and Authenticity)는 콘텐츠에 암호화 서명된 이력 자체를 붙이는 표준입니다. 위조나 변조를 시도하면 서명이 깨져서 바로 드러나는 방식입니다. 어떤 기기나 AI 모델이 만들었는지, 이후 어떤 편집을 거쳤는지를 기록해, C2PA는 이를 “콘텐츠를 위한 영양성분표”에 비유합니다.6 Adobe, Google, Meta, Microsoft, OpenAI 등이 이 표준의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고, 삼성 갤럭시 S25와 구글 픽셀 10처럼 촬영 시점부터 서명을 남기는 소비자 기기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이 서명 정보가 ’Content Credentials 핀’이라는 클릭 가능한 아이콘 형태로 콘텐츠에 표시되며, 클릭하면 제작 방식과 편집 이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7

완벽한 방패는 아니다

다만 이 기술들이 가짜 뉴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워터마킹부터 완벽하지 않습니다. Anthropic은 Claude의 텍스트 워터마킹에 대해, 가벼운 편집으로는 잘 사라지지 않지만 모든 단어를 다시 쓰는 완전한 재작성 앞에서는 워터마크도 사라진다고 직접 밝히고 있습니다.4 마음만 먹으면 문장을 통째로 다시 쓰거나 다른 AI 모델을 이용해 출처 표식을 지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C2PA를 직접 운영하는 진영도 이 한계를 인정합니다. Content Credentials 공식 사이트는 “합성 콘텐츠를 진짜로 표시하려는 악의적 행위자”는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라고 명시하며, 이 표준의 목표를 “선의의 제작자에게 콘텐츠의 진위를 증명할 수단을 주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7 애초에 이 표준에 참여하지 않는 도구로 가짜를 만들면, 워터마크도 서명도 남지 않습니다.

C2PA의 서명 정보(메타데이터)가 유실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스크린샷을 찍거나 소셜미디어에 다시 업로드하면, 파일에 붙어 있던 이 서명 정보가 통째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규제도 이제 막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EU AI Act 제50조는 2026년 8월부터 AI 생성 콘텐츠에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라벨을 붙이도록 의무화하지만,8 전 세계가 동일한 규제를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며

1835년의 대중을 속인 것은 ’존 허셜 경의 망원경’이라는, 검증할 방법이 없던 권위였습니다. 지금은 그 권위를 검증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 빠르게 갖춰지고 있습니다. 워터마킹과 C2PA는 선의의 제작자와 플랫폼이 콘텐츠의 출처를 증명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진전입니다.

하지만 이 인프라가 모든 콘텐츠와 모든 행위자를 아우르기 전까지는, 유난히 놀랍거나 자극적인 뉴스일수록 공유 버튼을 누르기 전에 출처부터 한 번 의심해 보는 습관이 여전히 첫 번째 방어선입니다. 190년 전 ‘달나라 박쥐인간’ 사건이 남긴 경고는, 검증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라지지 않는 셈입니다.

참고 자료

Footnotes

  1. “Great Moon Hoax” - Wikipedia: 사건 전체 개요와 연재 기사 목록

  2. Great-Moon-Hoax-1835-New-York-Sun-lithograph - 위키미디어 공용: 본문 삽화 출처

  3. “The Great Moon Hoax (1835)” - hoaxes.org: 에드거 앨런 포의 회고, 예일 대학 학자들의 방문 일화, 침례교 목사들의 문의 등 당대 반응을 정리한 아카이브 해설

  4. “How Claude’s text watermarking works” - Anthropic: Claude가 생성한 텍스트 및 파일에 워터마크를 적용한다는 공식 발표 2

  5. “Watermarking AI-generated text and video with SynthID” - Google DeepMind: SynthID의 작동 방식과 적용 범위, 2026년 5월 기준 누적 적용 건수

  6. “C2PA” 공식 사이트: C2PA와 Content Credentials 표준 개요, 운영위원회 참여사 목록

  7. “Content Credentials” 공식 사이트: 표준의 목표와 한계에 대한 공식 설명 2

  8. “Article 50: Transparency Obligations for Providers and Deployers of Certain AI Systems”: EU AI Act 제50조 공식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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