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site is also available as markdown for AI agents. For a complete index of all pages, see the site index at /llms.txt

5개월의 정체가 가르쳐준 것 — AI와 함께 일한다는 것의 의미

Read in English →

사이드 프로젝트가 서랍 안으로 들어가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What If Classics는 빌딩 인 퍼블릭 연재의 Day 33을 끝으로 5개월 동안 그 상태였습니다. 트래픽이 움직이지 않으니 열어볼 이유가 줄어들었고, 어느 시점부터는 그냥 닫아두게 됐습니다.

그러다 Anthropic이 Fable 모델을 주말 동안 무료로 개방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대신, 멈춰 있던 것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사이트는 이제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그 주말의 작업 내용보다, 과정에서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에 대해 분명해진 것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정체의 진짜 원인

돌아보면 동기 부족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AI에게 넘길 수 있을 만큼 문제를 충분히 잘게 분해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AI와 함께 작업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작업 준비가 됐다”는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시간과 에너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위임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한 문제 정의가 필요합니다. “게임처럼 느껴지게 만들자”는 막연한 목표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버튼 클릭 방식의 선택지를 카드 드래그 인터랙션으로 교체하고 틸트 물리 효과를 더하자”는 구체적인 문제는 움직입니다.

5개월간의 정체는 동기의 문제가 아니라 분해의 문제였습니다.

강한 제약이 만드는 규율

Claude Pro 플랜에서 Fable은 5시간 사용 한도를 30~40분 만에 소진합니다. 빡빡한 제약입니다. 하지만 이 제약은 유용한 것을 강제했습니다. 세션이 그렇게 빨리 초기화된다면, 모호한 탐색에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습니다. 세션마다 범위와 결과물이 명확해야 합니다.

이것이 어떤 AI 모델을 쓰든 협업을 생산적으로 만드는 요소입니다. 시간 제약이 그 규율을 눈에 보이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작업을 두 덩어리로 먼저 계획했습니다. 스토리 화면의 인터랙션 핵심을 먼저, 그다음 사이트 전체의 비주얼 프레임을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이 계획은 노트북을 열기 전에 이루어졌습니다. 세션은 실행이었고, 설계가 앞선 작업이었습니다.

위임할 것과 직접 할 것

그 주말에서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장면은 텍스트 길이 문제였습니다.

실제 폰으로 사이트를 플레이하다 보니 카드 텍스트가 길어서 페이지를 넘겨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선택지 기반 스토리의 흐름을 끊는 마찰 요소입니다. 해결하려면 여섯 개 스토리 팩 전체의 텍스트 노드를 점검해야 했습니다.

640개였습니다.

문제를 설명했더니 Fable이 전부 열고, 글자 수를 측정하고, 모바일 카드 기준을 넘는 항목을 찾아 수정했습니다. 제가 직접 했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작업입니다. 개별 수정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전체를 하나의 실행 가능한 단위로 묶는 부담이 무기한 미루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AI와 함께 일하다 보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 있습니다. 규모를 처리할 수 있는 협업자가 있을 때만 이산적이고 위임 가능한 단위로 보이는 작업들이 있습니다. 그런 작업을 알아보는 것이 프롬프트 기술보다 더 중요한 실력입니다.

프레임이 곧 콘텐츠다

그 주말의 가장 뜻밖의 사실은 스토리를 한 편도 새로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기존 여섯 개 스토리 팩의 내용은 그대로였습니다. 바뀐 것은 비주얼 프레임과 사이트가 자신을 제시하는 방식 전체였습니다. 그런데도 결과물은 전혀 다른 프로젝트처럼 느껴졌습니다.

지식 아키텍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용 자체가 항상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용을 둘러싼 구조가 핵심 작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작업은 “실제 생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뤄지기 쉽습니다. 이번 주말은 구조 작업이 콘텐츠 생산만큼 실질적이라는 것을, 그리고 AI가 있으면 그 구조 작업 자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줬습니다.

마치며

프로젝트는 더 이상 서랍 안에 있지 않습니다. 스토리 목록 페이지에는 뒤집혀 있는 카드 두 장이 있습니다. 새 스토리를 먼저 쓸지, 게임플레이 완성도를 먼저 높일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말에 자리 잡은 세션 설계 습관은 무료 이벤트가 끝난 지금도 유지하고 싶습니다. 제약은 사라졌지만, 그 규율은 남겨두려고 합니다.

What If Classics의 빌딩 인 퍼블릭 연재는 whatifclassics.com/blog에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관련 글

  • 5분 분량

    AI 메모리 도구를 도입했다가 제거한 이유

    코딩 에이전트의 세션 간 컨텍스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em0를 도입했다가 제거한 경험을 공유합니다. 전용 메모리 도구 없이 두 개의 마크다운 파일만으로도 크로스 세션, 크로스 에이전트 연속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 3분 분량

    한 공간, 세 가지 역할: 독자가 달라지면 규칙도 달라진다

    개인 메모, 범용 템플릿, 공개 블로그가 한 공간에 뒤섞이면 AI 에이전트도 경계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위키를 네 개의 레이어로 물리적으로 분리한 이유와, 그 과정에서 제 시스템의 어떤 부분이 사실 보편적 원리가 아니었는지 알게 된 이야기.

← 전체 글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