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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수집가에서 지식 건축가로: 나쁜 정보는 나쁜 위키를 만든다

LLM-PKM 공개 구축기 2/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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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정보 수집가(Data Hoarder)’로 살아왔습니다.

매일 아침 이메일 인박스를 열어보면 구독 중인 뉴스레터들이 쌓여있고, ‘나중에 읽기’ 서비스인 Pocket이나 Matter에는 수년 전부터 저장해둔 아티클이 수천 개 쌓여 있습니다. “언젠가 필요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저장 버튼을 누를 때마다, 저는 제가 무언가 배우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해져 봅시다. 저장하는 것과 읽는 것은 다르고, 읽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더더욱 다릅니다.

LLM-Wiki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제가 가장 먼저 마주한 벽은 바로 이 ‘수집(Hoarding)’ 습관이었습니다.

AI는 쓰레기도 예쁘게 요약해준다

처음 시스템을 만들었을 때는 신이 났습니다. AI(Claude)에게 아티클 전문을 던져주면 10초 만에 핵심 내용을 요약해주고, 요약과 태그가 붙은 위키 페이지(마크다운 노트)를 뚝딱 만들어줬으니까요. 그때까지 워크플로우는 그게 전부였습니다. 소스를 던지면 AI가 요약해서 바로 위키에 넣는 것.

그런데 며칠 지나 위키를 다시 읽어보니 이상한 점이 보였습니다. 어떤 내용은 매우 정교한데, 어떤 내용은 앞뒤가 안 맞거나 지나치게 주관적이었습니다. 원인을 찾아보니 제가 수집한 소스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 2019년에 쓰여서 지금은 틀린 기술 문서
  • 특정 솔루션을 팔기 위해 편향되게 작성된 마케팅 아티클
  • 개인의 짧은 감상을 일반화된 진리처럼 적어놓은 링크드인 포스트

제가 제목만 보고 저장한 콘텐츠들을 AI는 콘텐츠 품질과 무관하게 아주 읽기 좋은 구조로 요약해서 제 지식 창고에 넣어주고 있었습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잘 정리된 쓰레기통(Well-structured trash can) 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Ingest 2.0: 정보에 ’등급’을 매기기 시작하다

그래서 저는 워크플로우를 완전히 뜯어고쳤습니다. 저는 이것을 ‘Ingest 2.0’ 이라 부릅니다. 이제 저는 새로운 정보를 위키에 넣기 전에, AI와 함께 해당 콘텐츠의 ’품질 체크’를 먼저 합니다.

1. 소스 등급제 (Tier 1 ~ Tier 4)

모든 아티클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 Tier 1 (신뢰의 정점): 공식 문서, 논문, 업계 표준 문서
  • Tier 2 (검증된 전문가): 해당 분야에서 수년간 신뢰를 쌓은 전문가의 분석
  • Tier 3 (일반적 정보): 뉴스 기사, 잘 쓰인 튜토리얼
  • Tier 4 (참고용): 개인의 짧은 회고, 검증되지 않은 소셜 포스트

위키를 검색할 때 Tier 1 소스에서 나온 정보인지, Tier 4에서 나온 정보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정보의 무게감이 달라집니다.

2. 유통기한 확인 (Temporal Sensitivity)

특히 AI나 클라우드 분야는 정보의 속도가 빠릅니다. 6개월 전 정보가 오늘은 틀린 경우가 허다하죠. 그래서 모든 소스에 ‘Evergreen(변치 않는)’, ‘Dated(날짜 민감)’, ‘Timely(시의적절)’ 같은 라벨을 붙입니다. 1년 뒤의 제가 이 정보를 읽었을 때, “이건 옛날 얘기니 걸러 들어야겠네”라고 판단할 수 있게 돕는 장치입니다.

3. 주장의 성격 분류 (Claim Types)

이 글이 ’기술적 사실(Technical Fact)’을 말하고 있는지, 아니면 저자의 ’개인적 경험(Experiential)’인지를 구분합니다. “A 기술은 B 방식으로 동작한다”는 사실이지만, “A 기술이 시장에서 승리할 것이다”는 의견입니다. 이 둘을 섞어서 저장하면 나중에 큰 혼란이 옵니다.

시스템이 저에게 “이건 넣지 마세요”라고 말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AI 에이전트(Claude)와의 대화입니다. 이제 Claude는 제가 가져온 링크를 무조건 요약하지 않습니다.

“Daniel, 이 아티클은 2021년 자료라 현재 LLM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내용이 많습니다. Tier 4 수준의 개인적 추측이 강한데, 정말 위키에 포함할까요? 아니면 참고용으로 아카이브만 할까요?”

이 질문을 받는 순간, 저는 ’정보 수집가’의 자아를 버리고 ’지식 건축가’의 자아를 꺼내게 됩니다. 정보의 양에 집착하는 대신, 내 지식 베이스에 발을 들일 정보의 품질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보 수집가 탈출의 결과물

현재 제 위키의 상태는 이렇습니다.

  • 수집된 원본 소스: 42개
  • 생성된 위키 페이지: 26개

단순 요약만 했다면 페이지 수가 40개가 넘었겠지만, 엄격한 필터링과 ’인사이트 도출(Synthesis)’을 거치면서 정보가 압축되었습니다. 양은 줄었지만 밀도는 훨씬 높아졌습니다.

이제 제 위키는 단순히 아티클을 모아둔 곳이 아닙니다. 제가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정보들만 모여 있는, 나만의 ‘검증된 지식 엔진’ 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다음 편 예고

정보를 잘 골라 넣었다면, 그다음은 무엇일까요? 서로 다른 영역의 정보들이 만나 스파크를 일으키는 순간입니다.

“OTT 보안 기술이 AI 에이전트를 만나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할까?” 같은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 즉 ‘인사이트 도출(Synthesis)’ 의 실제 사례를 다음 편에서 공유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브라우저에는 지금 몇 개의 탭이 열려 있나요? 그중 몇 개가 진짜 여러분의 지식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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